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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수원]모든 근심을 푸는 집, 해우재(解憂齋)
admin | 2017-03-01


 

‘똥떡’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옛날 재래식 변소인 뒷간에서 볼일을 보다 똥통에 빠진 아이는 일찍 죽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는데 그 액운을 몰아내기 위해 빚은 떡이 바로 ‘똥떡’이라고 한다. 쌀가루나 밀가루로 동글동글 떡을 빚어 뒷간을 지키고 있는 귀신에게 고사도 지내고 아이의 나이만큼 먹였다고 한다. 또한 이웃과 나누어 먹기도 하면서 아이에게 닥친 나쁜 운명을 쫓아냈다고 하니 ‘똥떡’은 바로 ‘복떡’이라고 했다.

 

뒷간의 나무 받침대 사이 구멍에 볼일을 보다 똥통에 빠진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참으로 생소한 이야기일 것이다. 마치 호텔을 연상시키는 깔끔한 디자인에 상쾌한 향기가 나고 듣기 좋은 음악까지 흘러나오는 요즘 화장실의 풍경은 급한 볼일을 해치우는 공간이 아닌 휴식을 취하며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가 세련되게 변모되어 가는 과정 속에는 한 인물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바로 미스터 토일렛(Mr. Toilet)이라고 불리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자이자 전 수원시장인 심재덕이다. 1939년 외갓집 뒷간에서 태어나 ‘개똥이’라는 별명을 가지면서 유난히 화장실에 애착이 많았다는 비화를 가지고 있는 그는 1996년 수원시장 재직 당시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사업을 시작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데 힘을 썼다. 그가 30여년간 살던 집을 허물고 지은 세계 유일의 화장실 박물관인 해우재에서 그가 노력한 흔적들과 달라지고 있는 화장실의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장안구 이목동에 위치한 해우재는 사찰에서 화장실 명칭으로 불렀던 해우소(解憂所)에서 비롯되어 ‘근심을 푸는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곳에 오면 왠지 시원하게 볼 일을 본 것처럼 편안하고,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은 문화공간을 둘러볼수록 수원시민으로서의 긍지를 느낄 수 있다.

 

해우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외관이다. 가까이에서 보는 것보다 맞은 편에 위치한 문화센터 전망대에서 보면 알 수 있는 변기모양의 독특한 하얀색 건물이 바로 해우재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중정처럼 가운데가 뚫린 모습의 해우재의 1층에서는 전 세계의 화장실 문화와 역사, 수원에 있는 화장실의 변화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세계 각국의 화장실 픽토그램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각국의 작은 픽토그램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 나라의 화장실 문화나 의식까지 알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해우재 뒤편 실개천 주변에 조성된 화장실 문화공원은 야외 관람 공간이다. 우리나라 최초 변기의 모습부터 각 시대별 변기의 모습, 제주도의 특이한 통시변소까지 다양한 우리나라 화장실의 역사를 볼 수 있다. 또 쪼그리고 앉아 똥통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아이의 모습과 지도를 그려 키를 쓰고 있는 아이의 모습 등 화장실과 관련한 옛이야기들을 생각나게 하는 재미있는 조각상들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해우재가 화장실의 발자취를 소개하는 곳이라면 길 건너에 있는 해우재 문화센터는 어린이 체험실과 똥 도서관이 있는 그야말로 ‘똥 박물관’의 현재 모습이다. 마치 배변하는 아이의 엉덩이를 연상하게 하는 어린이 체험실의 입구에 들어서면 변기모양의 미끄럼틀, 만져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똥의 모양, 사람의 소화과정까지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거리가 가득한 이 곳에서 아이들은 똥을 알고 친해지게 된다. 화장실 문화를 바꾸어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소재인 똥에 대하여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것이다.

 

또한 여기서 열리는 행사와 전시, 교육 프로그램들은 새로운 화장실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매년 10월 유치부와 초등부를 대상으로 열리는 똥을 소재로 한 ‘황금똥 그림잔치’는 해우재의 가장 큰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작년에 출품된 작품들은 2월 14일부터 3월 31일까지 <일곱빛깔 무지개 똥展>으로 해우재 2층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밖에 어린이날 축제인 ‘똥나라 꿈나라’, ‘토일렛 토크 콘서트’ 등이 열리는 이 곳은 박물관을 넘어서서 가족단위의 나들이 장소가 되어 가고 있다.

 

해우재는 올해 8월 전시관 리모델링을 통해 주요 방문객인 유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화장실 문화 컨텐츠로 전시,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화장실에 대한 나쁜 선입관을 대신, 근심을 덜고 즐거움을 더하는 곳 ‘해우재’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진다. 

 

시민기자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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