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은아. 여기, 응가 하는 것처럼 앉아봐. 선생님이 사진 찍어 줄께”
어린이집에서 소풍 나온듯한 한 무리의 아이들이 해우재 마당을 돌며 연실 즐거워한다. 여기저기 올라가 보기도 하고 새롭게 조성된 건축물을 만져보느라 정신이 없다. 꼬맹이들 속에 섞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추억을 심어주기위해 조형물 앞에서 설명하고 사진 찍고, 게다가 질서의식까지 가르치신다. 참 분주해 보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수원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건물 ‘해우재’가 또 다른 변신을 하며 ‘해우재 문화공원’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서호천으로 흘러가던 해우재 냇가엔 오작교가 놓이고 에둘러 있던 담장은 허물었다. 그리고 그 안 ‘해우재’ 언저리엔 사방으로 꽃과 나무가 심어지고, 재미있는 똥 이야기와 함께 국내외 화장실 변기 조형물이 세워졌다. 불통의 모든 벽을 허물고 하나 되는 공원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었다.
해우재를 찾아갔을 때 담장이 없어졌음을 깨닫고 ‘시원해 졌다’라고 느끼며 들어서려는 찰나, 갑자기 '푸하하...' 웃음이 쏟아진다. 해우재가 좌변기 모양이란 것을 처음 알았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건만.. 이번엔 소년이 바지를 훌러덩 벗고 ‘응가’하는 모습의 조형물이 떡하니 해우재 앞에 조성된 것이 아닌가.
참 '거시기'한 생각이 들었지만 새롭게 꾸며진 공원을 돌다보면 이상하게도 자연스러워진다. 자연과 우주의 진리 가운데 하나인 인간의 모습을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화장실문화의 발상지다운 조형물들이 곳곳에 세워져 관람객들을 반긴다. 해학적인 조형물들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더불어 시대상과 역사공부까지 시켜준다.
백제시대 변기, 우리나라 최초의 수세식 화장실로 추정되는 노둣돌, 똥장군, 백제시대 동물모양 남자의 소변기였던 호자, 많이 들어봤던 매화틀 등과 함께 중세유럽 변기와 고대로마 변기까지 공원 내 동선을 따라 배치되었다. 이뿐이랴, 고증된 옛날 수세식 변소가 정교하게 세워진 울릉도와 제주도의 변소인 통시도 재미를 더한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다가 지나간 옛일이 생각났다. 시골 촌에서 살다가 80년대 중반에 오빠가 있는 수원으로 오게 되었다. 당시 거처할 곳이 없어서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목사님 집에 잠시 기거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가장 큰 문제는 변소였다. 시골 수세식 변소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볼일을 보던 습관이 몸이 밴지라, 양변기에 앉기만 하며 힘이 쏙 빠지는 것이 아닌가. 며칠간 볼일을 못 보다가 결국... 배가 너무 아파 데굴데굴 구르던 생각이 떠올랐다.
당시 힘들었던 시간을 해우재에 세워진 동상 얼굴에서 발견했으니 얼마나 정겨운가. 나이가 드신 분들이라면 이와 같은 추억이 떠올라 배시시 웃음이 나올 것이다.
이곳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교육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해말간 어린아이와 엄마와 아빠의 동상 앞에서 그 옛날 할머니가 전해주시던 이야기를 듣는듯, 옛 풍습을 접할 수 있는 자리다.
2010년 자신이 살던 집을 개조한 ‘세상의 단 하나뿐인 화장실 변기모양의 집’ 해우재를 짓고 화장실문화전파에 열정을 쏟은 고 심재덕 전(前)수원시장님의 혼이 깃든 곳 ‘해우재’가 다시금 태어났다.
‘해우재 문화공원’이란 이름으로 품격을 높이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준공식은 내달 6월 28일 오후 5시지만, 현재 공정률 90%에 달해 거의 마무리 단계다. 잠시 쉬어가도 좋고, 하루 소풍 겸 나들이에 나서도 좋은 곳이다. 아트막한 구릉이 포근히 감싸고 주위는 녹음으로 우거져 휴식장소로 이용하기도 '딱!'이다.
* 해우재
수원시 장안구 장안로 458번지길9(이목동 186-3)
⇒바로가기 해우재 http://www.haewoojae.com